[유럽주짓수탐방]_#01 런던에서 만난 호저 그레이시 HQ

 2022년 2월 어느날 제가 수련하고 있는 킹덤 주짓수 수성지부에 블루 벨트를 메고 있는 낯선 수련인을 만났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파링을 했고 참으로 기본기가 탄탄한 분이시구나를 느꼈는데 스파링이 끝나고 그 분이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저기 혹시 낯이 익으신데 우리 어디서 본적 있나요?"

 순간 놀라서 그 분 얼굴을 면면히 살피고는 "아니오. 오늘 처음 뵙는데 왜 그러시죠?"

 낯선 블루 벨트는 저에게

 "혹시 블로그에 프랑크 푸르트에서 주짓수 수련한다고 글 쓰신 적이 있으시지 않나요?"

 한참 전에 글을 써두고 잊어버린 블로그를 통해서 해외 주짓수를 떠났던 저의 이야기를 듣고 프랑크 푸르트 얼라이언스 팀에서 수련을 하고 한국에 다시 오신분이라고 자기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왠지 반갑고 고마운 느낌이 들었고 스포트렉에 본격적으로 저의 주짓수 여행에 대해서 다시 다루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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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켜켜히 먼지가 쌓인 듯한 사진첩을 꺼내듯이 2018년 그해 봄에 훌쩍 떠났던 유럽, 미주 지역 주짓수 무사수행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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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4월 10일 아부다비에서 연착된 비행기 때문에 예정보다 6시간이나 늦게 런던에 도착했고 고가의 택시를 겁도 없이 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그냥 날려버리고 저녁을 든든히 먹고 런던의 첫날은 그렇게 보냈습니다.

 보통 해외여행을 가면 명소부터 찾기 마련인데 이틑날 눈을 떠서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선 저는 주짓수 체육관부터 찾았습니다. 영국 특유의 흐리고 구름많고 비올거 같은 날씨에 바닥을 보니 이미 비는 내려 있었더군요. 그렇게 지도를 보며 30분 정도 길을 따라 이곳저곳 구경하면서 도착한 곳은 '칼슨 그레이시 주짓수' 체육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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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 건물을 개조해서 쓰고 있어서 처음에는 그냥 공장인 줄 알고 지나쳤다가 지도에서 건물을 지나친 걸 보도 다시 가보니 간판이 보여서 체육관인지 알게 됐습니다. 지금 다시 가서 찾아도 한번은 그냥 스윽 지나갈거 같은 비주얼이긴 합니다. 딱히 출입에 관련된 안내문이 없어서 건물을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가 입구처럼 보이는 곳을 찾았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블랙벨트 한분이 나오셔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는데 영국분이 아니시더라구요. 브라질 본토에서 칼슨 그레이시 가문에서 영국으로 와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내부는 1층은 사무실 겸 창고였고 복도를 따라서 계단을 올라가니 2층이 나왔고 엄청 넓은 공간의 주짓수 매트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레이시 가문들이 주짓수 명가라는 사실은 계단을 오르며 계단 주변에 즐비한 트로피들을 보면서 가슴에 확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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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지금 간다면 영상도 찍고 내부 사진도 많이 찍었겠지만 그때는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갔었고 눈에 담긴 모든 모습들이 설레여서 사진을 많이 찍을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많은 증명서와 트로피들이 이곳이 '칼슨 그레이시 주짓수' 체육관임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수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문의 했고 한 타임 수련할 때마다 10파운드씩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행 중이라 그 정도 돈을 매번 내는건 어려운데 편의를 봐주실 수 없느냐고 못 물어본 게 아직도 굉장히 아쉽습니다. 관장님이 굉장히 인상이 좋으셔서 잘만 하면 그렇게 해줄수 있을거 같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굉장히 아쉬워 하니 1주일 수련비가 40파운드라고 웃으며 설명해주셨는데 런던에서의 날짜가 2박 3일 밖에 안 남은 저로써는 조금 큰 금액이라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목적지가 정확하게 정해진 상황이다 보니 다른 명소 볼 생각 안하고 바로 '호저 그레이시 HQ'로 향했고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을 즐기면서 걸었습니다. 30분 정도 걸었던거 같습니다. 그렇게 주변을 보며 걷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제 눈앞에 보인 모습은 아까 봤던 '칼슨 그레이시 주짓수'체육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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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한 적벽돌 건물에 1층 전체를 체육관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여긴 체육관이구나 하게 잘 되어 있었고 주짓수를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 들어가보고 싶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1층을 쓰다보니 안쪽에서 사람들이 수련하는 소리나 실루엣들이 보여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체육관에 들어가니 인폼이 따로 있었고 인폼에 비용과 수업 시간을 문의했습니다. '호저 그레이시 HQ'는 하루 훈련 비용이 18 파운드 이고 1주일 수련 비용은 60파운드 였습니다. 1주일을 운동할거면 '칼슨 그레이시 주짓수'체육관이 저렴했고 하루 운동은 '호즈 그레이시 HQ'가 저렴한거 같았습니다.

 저희 같은 주짓수 수련인들의 특징상 하루를 하면 아주 뽕을 뽑을 정도로 하루 수련시간을 최대로 활용할 거라 1일 운동 비용은 '호저 그레이시 HQ'가 더 저렴하다 여겼습니다. 특히나 짧게 지내기로 한 저에게는 하루 수련비용으로 운동하는 것이 더 낫다 생각 했습니다.


 저녁에 주짓수 클래스 3타임을 들을 요량으로 냉큼 18파운드를 결제하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낮에는 런던의 명소를 이곳저곳 다 둘러 보고 바로 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약간 서툴러서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확실히 영국의 수업 시스템은 한국과 달랐습니다.

 지각했으니 원래 듣고자 했던 수업은 들을 수 없으며 20분 뒤에 시작하는 다른 타임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조금 늦어도 편의를 봐주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에 놀라면서도 주짓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며 수업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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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는 화이트톤과 우든 느낌으로 깔끔하면서 따듯한 느낌이었고 복도에는 '호저 그레이시'의 입간판과 다양한 시합 사진이 걸려 있었고 'ㄱ'자 복도로 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새로웠고 설레여서 마치 처음으로 주짓수를 배우러 왔던 날의 저의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습니다. 심지어 복도으로 접어 들며 매트위에서 수련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설레이고 즐겁고 신나던지 심장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첫 수업은 베이직 주짓수 클래스였고 수업 중에는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고 했습니다. 수업 때 뭐라도 하나 더 들으려고 하니 사진 찍는 건 자연스럽게 포기가 됐습니다. 이 날 수업은 사이드 포지션에서 컨트롤하면서 다리로 기무라까지 이어지는 수업이었습니다. 설명부터 동작 시연까지 굉장히 디테일했고 모두가 다 실습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 방식에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동양인이고 한국인인 제가 그닥 힘이 안 쎄보였는지 일부러 조금 강하게 하길래 맛 좀 보여줘야 겠다 싶어서 압박도 빡시게 하고 일부로 조금 힘줘서 했더니 다들 많이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제일 무시하는 느낌을 준 건 인도계 영국인이었는데 본인도 아시아계 출신이면서 그러는거 웃기기고 하고 어이도 없었지만 실력으로 눌러줬습니다.

 사이드 포지션에서 압박을 강하게 줬더니 밑에 깔려서 버둥거리더니 저보고 강하다고 스트롱을 얼마나 외치던지 속으로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렇게 베이직 수업은 포지션 게임까지 이어지고 수업이 끝났습니다. 


 그 다음은 어드밴스 수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수업이 시작하자 베이직 수업을 듣던 유색 벨트 중에 상당수가 빠져나가고 누가 봐도 빡세 보이는 유색벨트들이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고 왜 이 클래스가 어드밴스 수업인지 바로 알게 됐습니다.

 이미 웜업부터 아주 그냥 선수부 운동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구르기에서 테크닉 드릴까지 굉장히 타이트하고 빡시게 진행되었고 이미 땀이 도복을 흥건히 적셨고 숨도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진짜 소름 돋는 순간은 스파링 전에 근력운동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숨 막힐 정도로 타이트하고 빠르게 스파링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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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창문은 습기로 가득 차 올랐고 매트 위에서는 미끄러지는 소리와 숨소리만 가득 찼습니다. 시합인가 싶을정도로 다들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며 최선을 다해 기술을 걸었고 받아주는 입장에서도 상대방이 다치치 않게 받아주면서 함께 최선을 다해 움직였습니다. 보면서도 소름이 돋을 정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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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RPG 게임에 나오는 최종 보스처럼 뒤편에 있는 헤드코치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홈페이지 메인에도 나오시던 분이었었는데 시간이 꽤 지나서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데 실제로 보면 포스가 어마무지 합니다. 최종보스의 시선안에서 다들 최선을 다해 스파링을 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열심히 스파링하고 즐겁게 움직이며 저기 공간에서의 시간을 만끽하며 스파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브라질 출신의 퍼플벨트가 와서 스파링을 제안했고 즐거운 마음으로 스파링을 했는데 너무 거칠고 공격적이라 왜이러나 했는데 결국 기무라에서 탭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꺾어버리며 그렇게 저는 팔꿈치 부상을 입었습니다. 불쾌하고 화도 나는데 남의 나라에 온 죄로 구석에 앉아서 쉬는데 다른 수련생들이 옆에와서 원래 저런 놈이라며 본인들도 저 놈때문에 한군데씩 다쳤다면서 위로해주면서 이런저런 담소도 나눴습니다. 


 결국 아쉽게 스파링은 3판 밖에 못 했지만 금새 친해진 다른 많은 유색벨트 수련생들과 다음날도 함께 운동하자고 인사하고 즐겁고 기쁜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며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저녁거리를 샀는데 역시나 운동 후에는 맥주와 고기가 진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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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앞에 케밥 집에서 양고기와 밥, 맥주를 사서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이닝홀에서 맛나게 저녁을 먹으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담소도 나눴습니다. 너무 알차고 즐거웠던 하루 였습니다.


 다음날 운동은 결국 다른 일정과 시간이 겹치면서 못 가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못간게 너무 아쉽네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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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TEEJAY님에 의해 2022-12-15 21:11:54 매거진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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